우리가 한우를 먹을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.
“한우는 유통 거품이 너무 심해. 중간 상인들만 배 불리는 구조 아니야?”
보통 한우의 유통 과정은 [농장 ->도축장-> 가공장 -> 도매 -> 소매]를 거칩니다. 그래서 많은 분들이 “도매 단계만 줄여도 훨씬 싸질 것”이라고 생각하시죠.
정말 그럴까요?
오늘은 ‘폭리의 단계’라 오해받는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고, 도매가격 그대로 소비자에게 판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가격이 얼마나 싸질지, 실제 숫자로 계산해 보겠습니다.
1. 소 한 마리, 얼마에 사올까? (생우 구매)
2025년 11월 기준, 1등급 거세 한우의 시세를 바탕으로 계산해 봅니다.
- 지육 단가: 약 19,000원/kg
- 소 한 마리 가격: 약 800만 원
보통 거세 소 한 마리의 무게(생체 중량)는 700~750kg 정도 나갑니다.
계산하기 쉽게 730kg짜리 소를 800만 원에 사 왔다고 가정해 봅시다.
살아있는 소 구매 단가: 약 11,000원 (1kg당)
이때까지만 해도 1kg에 만 원대니, 꽤 저렴해 보입니다. 하지만 여기서부터 ‘마법의 무게 삭제‘가 시작됩니다.

2. 첫 번째 무게 변화: 도축 (730kg -> 420kg)
살아있는 소를 고기로 만들기 위해선 도축을 해야 합니다. 피를 뽑고, 머리, 내장, 가죽, 우족 등을 제거합니다. 이를 ‘지육(도체)’ 상태라고 합니다.
- 생체(소) ->지육(고기 덩어리) 전환율: 약 56~60%
참고로 도축비와 운송비 등은 부산물(머리, 내장, 가죽 등)을 판 돈으로 상계 처리(퉁친다고 하죠) 한다고 칩시다. 비용은 0원으로 계산하겠습니다.
문제는 무게입니다.
730kg이었던 소가 뼈와 살만 남으니 420kg으로 확 줄어듭니다.
지육 상태 원가: 19,000원 (1kg당)
내가 지불한 돈은 800만 원 그대로인데, 고기 무게가 반토막이 나니 kg당 원가가 11,000원에서 19,000원으로 약 1.7배 뛰었습니다.
3. 두 번째 무게 변화: 육가공 (420kg -> 245kg)
이제 뼈를 발라내고 지방을 걷어내는 ‘발골/정형’ 작업을 해야 합니다. 가공장으로 이동합니다.
지육 420kg에서 못 먹는 뼈와 두꺼운 지방(약 175kg)을 제거합니다.
- 가공 수율(실제 고기 양): 약 58~59%
최종적으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고기(정육)는 245kg 정도만 남습니다. 420kg 덩어리를 가져와서 열심히 칼질했더니 245kg만 건진 셈입니다.
자, 그럼 원가를 다시 계산해 볼까요?
800만 원을 주고 산 소가 최종적으로 245kg의 고기가 되었습니다.
최종 정육 원가: 32,653원 (1kg당)
놀랍지 않으신가요? 인건비, 임대료, 마진을 단 1원도 붙이지 않았는데, 단지 먹지 못하는 부위를 버렸다는 이유만으로 원가가 11,000원에서 32,000원대로 3배 가까이 뛰었습니다.
kg당 32,653원 이상 받아야 겨우 본전치기라는 뜻입니다.
4.부위별 판매 시뮬레이션: 남는 게 있을까?
25년 11월 기준 1등급 한우거세 부분육 경매가를 살펴보겠습니다. (도매가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.)

그럼 이 245kg의 고기를 부위별로 나누어 도매 경매가(25년 11월 기준)로 다 팔았을 때, 얼마를 벌 수 있는지 계산해 보겠습니다.
한우에서 비싼 부위(등심, 안심, 채끝 등)는 전체의 일부에 불과합니다.
[부위별 생산량 및 예상 매출액]
| 부위 | 무게(kg) | 도매 시세(원/kg) | 매출액(원) |
| 안심 | 6 | 78,000 | 468,000 |
| 등심 | 34 | 65,000 | 2,210,000 |
| 채끝 | 9 | 64,000 | 576,000 |
| 양지 | 30 | 40,000 | 1,200,000 |
| 정육 | 110 | 24,000 | 2,640,000 |
| 갈비 | 56 | 16,500 | 924,000 |
| 합계 | 245kg | – | 8,018,000원 |
(※ 위 시세는 2025년 11월 1등급 거세 한우 부분육 경매가 기준 예시입니다.)
결과를 보시죠.
- 총 매출: 8,018,000원
- 소 구매 비용: 8,000,000원
- 최종 이익: 18,000원
800만 원을 투자해서 소를 사 오고, 도축하고, 가공하고, 물류비 쓰고, 직원들 월급 주며 뼈 빠지게 일해서 다 팔았는데… 딱 1만 8천 원 남았습니다.
심지어 여기에는 가공비, 인건비, 포장비, 물류비, 영업비, 회사 마진은 포함조차 되지 않았습니다.
5. 결론: 유통 폭리? 구조의 현실!
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도매상이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을까요?
위 계산에서 보셨듯, 비선호 부위(정육, 갈비 등)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 부위들은 원가(약 32,653원)보다 훨씬 싸게 팔아야 합니다. 결국 등심, 안심 같은 특수부위에서 가격을 높게 받아야 겨우 평균 단가를 맞출 수 있는 구조인 셈입니다.
“중간 유통을 없애고 소비자에게 직거래하면 싸지지 않을까?”
현실적으로 소비자가 등심 34kg, 안심 6kg을 한 번에 사갈 수는 없습니다. 결국 소분하고 포장하고 배송하는 과정이 필요하며, 이 비용이 추가되면 가격은 우리가 아는 소매가가 됩니다.
한우가 비싼 진짜 이유는 유통상의 폭리보다는, **소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구이용 고기의 양이 생각보다 적다는 ‘수율의 마법’**과 **’높은 생우 가격’**에 더 큰 원인이 있지 않을까요? 이제는 유통 비용을 마치 수익처럼 이야기하는 속임수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.
무조건 유통업자를 비난하기보다, 이러한 구조적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 올바른 한우 소비의 첫걸음이 될 것 같습니다.

답글 남기기